고관절 충돌증후군 투병일기
9월 셋째주
병가시작. 출근 안하고 거의 누워있기만 함.
약속이 있어 외출한 어느 날, 대중교통으로 이동 거리도 길고, 식당에 오래 앉아있고, 자동차 뒷자리에 타고 이동하고, 카페에도 오래 앉아있었더니 점점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울면서 옴.
고관절 충돌증후군 있는 사람은 무조건 자동차 앞자리에 타서 의자 젖히고 다리 뻗어, 상체와 다리의 각도가 90도 이상이 되도록 해야함. 이 날 이후로 차 탈 때는 항상 앞자리 사수.
동네 정형외과 다시 방문함.
경희대병원 다녀온 결과 말하니, 당장 수술하자고 하는 거 아니면 심각한 거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슈퍼맨 자세를 많이 하고, 물리치료 꾸준히 받아보라고 함.
동네 정형외과 원장님은 비구순이 찢어져서 아픈 게 아니라, 허리 때문에 고관절이 아픈 거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심.
약 열심히 먹고, 반신욕은 하루 한번(가능한 날은 두 번), 물리치료 매일 받고, 자기 전 찜질도 함.
물리치료 받고 오면 통증이 훨씬 덜 하다가, 몇시간 지나면 다시 되살아남. 그래도 전반적으로 통증이 지난주보다 약간 줄어든 느낌.
하지만 무릎통증이 시작됨.
무릎은 16년도부터 안 좋았음.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아프기 시작하고, 한번 아프면 뭘 해도 최소 3개월은 지속됨. 중학생 때부터 바닥생활 중인데, 바닥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할 때 고관절 충돌 피하려고 무릎을 많이 썼더니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듯.
잘 때 고관절이 신경쓰여, 움직이지 말고 정자세로 자야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자다보니, 허리에 힘이 들어가 허리도 아프기 시작함.
이 때부터가 고통의 시작.
9월 넷째주
침대 구매함.
무릎 통증이 진짜 무서운 게, 고관절은 아파도 잠은 잘 수 있었는데, 무릎은 아프기 시작하니까 잠을 못 잠.
바늘 몇십개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고, 밤이 되면 더 심해짐. 16년부터 무릎 아픈 이래 이런 통증은 처음.
자려고 누웠는데 무릎은 아프고, 허리는 불편하고.
아기자세(무릎을 몸쪽으로 당겨 웅크리는 자세)를 해서 허리를 한번 쭉 펴고 싶은데, 그런 자세는 고관절을 몸 쪽으로 당기는 자세라 할 수가 없음.
아파서 잠을 못 자니까 괴로워서 계속 울었음. 밤에도 울고, 새벽에도 울고, 아침에도 울고.
약도 꾸준히 먹고, 반신욕도 매일 하고, 물리치료도 월~금 매일 받는데 고관절 통증에 차도는 없음. 하루는 괜찮았다, 하루는 아팠다 오락가락함.
무릎이 너무 아파 정형외과 물리치료를 고관절, 무릎 번갈아 받기 시작함.
9월 다섯째주&10월 첫째주
1박으로 여행가기로함.
해피초원목장 방문. 양쪽 무릎에 보호대 하고 뒷동산에 올라갔다 왔는데, 그 당시는 괜찮더니 숙소 가는 길에 무릎 통증이 너무 심해져 계단 하나도 못 내려갈 정도가 됨.
숙소 도착해서 j가 유투브 보면서 무릎 주변 근육을 풀어줌. 살짝만 눌러도 너무너무 아픔. "이건 그냥 만지기만 하는 수준이야" 하는데도 너무 아팠음. 신기한 게 그렇게 풀고나니 통증이 없어짐. 다음날까지 멀쩡.
약은 한달치 다 먹음.
추석 연휴엔 약도 없고, 물리치료도 못 받았는데 통증이 심해지진 않았음. 약을 먹으나 안먹으나 통증 강도는 비슷비슷함.
경희대병원에서 한번 더 진료보고 난 뒤, 필라테스 시작하려고 계획 중이었으나, 무릎통증이 너무 심해 그 전까지 일단 j가 짜준 운동을 하기로 함. j는 그동안 고관절 관련 논문이랑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굉장히 박식해짐.
중둔근&대둔근 강화하는 운동, 무릎 주변 근육 강화하는 운동 위주로 만들어줌.
고관절 운동할 땐 무릎에 무리가 가면 안되고, 무릎 운동할 땐 고관절을 많이 굽히는 건 못하다보니 운동 동작이 굉작히 제한적임.
지난 2주보다 통증이 훨씬 좋아져서 밤에 잠을 잘 수는 있음. 고관절 통증은 비슷하지만, 고관절 충돌없이 허리를 스트레칭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고, 무릎통증은 벽에 기대고 스쿼트 하는 자세(45도정도만 앉음)를 하고 나면 통증이 줄어들어 밤에 잘 수 있음.
동네 정형외과에 무릎 아프다하니 자전거 타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함. 근데 자전거는 고관절 충돌 일어나는 각도라 일단 보류.
j가 클럭(klug) 사줘서 사용하기 시작함.
편편한 데는 잘 붙는데(예를 들면 허리)
무릎은 굴곡져서 잘 안 붙고 떨어짐
그래서 무릎보호대랑 합체해서 사용함
이렇게 클럭을 무릎에 대고
그 위에 무릎보호대를 구멍 맞춰 덮음
얼마 전 마트 갔더니 클럭 무릎용이 새로 나온 듯.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사용하는 것도 꽤 괜찮아서 무릎용을 추가로 구매할 생각은 없음.
이 땐 무릎 통증이 심할 때라 양쪽 다 하루에 2~3번씩 사용함. 통증이 싹 사라지진 않지만, 잠시동안 약간 줄어드는 효과는 있음.
고관절이 통증이 심할 때, 서혜부쪽에도 붙여봤지만 고관절 통증에는 별 효과 없음.
고관절 충돌증후군 진단받고 와서, 한동안은 고관절 충돌을 피하려고만 너무 신경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다른 관절들이 안 좋아지더라구요ㅠㅠ
고관절 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너무 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저처럼 무릎이랑 허리까지 아파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쪼그려앉거나, 무릎을 몸통쪽으로 당기고 자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면 그냥 편안하게 부담갖지 말고 움직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부담을 완전히 버리진 못했고 아직 노력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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