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충돌증후군 투병일기
9월 첫째주
-촬영하는 날
금식같은 거 없음.
CT는 금방 찍었고, MRI가 어려움. 고관절에 조영제 넣는 게 복잡함.
기계에 누워 먼저 소독하고, 기다리니 의사분이 오셔서 화면같은 거 보면서 주사로 조영제 넣으심. 거즈 두껍게 붙이고 마무리.
그 날 밤까지 물, 땀 들어가면 절대 안된다고, 감염위험 있다고 함.
물이야 샤워 안하면 되는데, 9월 초라 아직 더운데 다리 접히는 부분이라 땀이 안날 수가 없음.
땀 안 나게 최대한 천천히 움직임.
고관절에 조영제 넣고 촬영하는 사람들은 집에 택시타고 귀가하길 추천.
고관절이 뻐근하면서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고 몸이 땅으로 꺼지는 느낌. 가만히 서 있는 것도 너무 힘듦.
택시 탈 생각은 못하고 대중교통 타고 꾸역꾸역 집에 왔는데 지하철역에서 쓰러지는 줄ㅠㅠ
방수포는 경희대병원 앞 약국에서 구입함.
3M꺼 주셨는데 엄청 좋음. 완전 강추. 안 구겨지고 잘 붙고, 한번 붙으면 안 떨어짐.
2009년에 발목수술 했을 때 방수포는 이 정도 아니었던 거 같은데, 많이 발전했다고 혼자 감탄함.
혹시 몰라 세장이나 샀는데 24시간동안 한 장으로 거뜬했음.
-촬영 다음날 진료
무서워서 j와 동행함.
교수님이 영상을 보시는데 "음... 흐음..." 만 하심. 뭔가 예감이 좋지 않음.
고관절 비구순이라는 연골이 거의 다 찢어져있다. (영상 가리키시며)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광범위하게 손상되어 있다. 비구순 연골이 파열되어 그 사이로 관절액이 흘러나와 관절낭도 만들어졌다. 이렇게 찢어진 이유는 고관절 뼈끼리 충돌이 일어나서 그렇다. 여기(비구쪽) 뼈도 남들보다 1센티정도 과성장했고, 여기(골두쪽) 뼈도 옴폭 들어가야 정상인데 보면 튀어나와 있다. 역시 과성장해서 그렇다. 일단 보존치료를 해보고, 그래도 통증이 계속되면 수술해야한다. 약은 한달치 처방해줄 테니 먹고, 한달 뒤에 다시 진료보자. 의자에 앉아있는 자세, 무릎 몸쪽으로 당기는 자세, 오른쪽 다리 왼쪽으로 보내는 자세, 높은 계단 오르는 거, 쪼그려 앉기 등등 충돌 일어나는 자세는 하지 말아라. 반신욕해라.
교수님 말씀 끝난 후, 잠깐의 질문타임
Q. 사무직이라 하루종일 앉아있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A.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라(쩍벌남 수준으로)
Q. 뼈 모양이 그런 건 선천적인 건가
A. 아니다. 성장과정에서 그렇게 되는 거다. 한마디로 뼈가 기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Q. 만약 수술을 하게 된다면 어떤 수술인가
A. 원천적으로 원인을 제거하려면 고관절쪽을 절개해서, 고관절 뼈를 잘라 약간 각도를 안쪽으로 가게 해서 다시 접합하는 수술인데 그건 너무 큰수술이라 좀 그렇고, 아마도 관절경을 뚫어서 손상된 비구순 연골을 정리하고, 골두쪽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하게 될꺼다
Q. 물리치료가 치료에 도움이 될까
A. 통증감소 역할밖에 못한다
Q. 찜질은 도움이 될까
A. 찜질도 물리치료의 일종이라 역시 통증감소 역할만 한다
너무 충격적이고, 절망적이고, 눈물은 막 차오르는데, 교수님 말씀은 귀담아 들어야겠고, 정신 붙잡고 있으려고 노력함.
j가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봐줘서 같이 오길 잘했다고 생각함. 너무 어렵고 많은 얘기가 빠른 시간에 지나가는데 혼자 다 듣고 기억하기 어려움. 특히나 충격받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정밀검사 후 진단받을 때는 보호자와 함께 가길 추천함.
지금이야 공부를 좀 해서 용어가 익숙한데, 그 땐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교수님 설명을 녹음했어야 했나 생각했음.
약은 위 보호하는 약, 소염진통제, 관절염약 이렇게 세 개였고, 통증 상관없이 한달 내내 먹는 거였음.
찜질과 반신욕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반신욕도 시작함.
한달 뒤 다음 진료 때까지 약 먹으면서, 매일 반신욕하고, 물리치료도 받고, 찜질도 하기로 함.
9월 둘째주
경희대병원 다시 방문하여 진단서 받아옴.
회사에 병가 알리고 이번주까지만 출근하기로함.
오래 앉아있으면 안좋다고 하기도 하고, 통증이 심하니 일단 쉬자는 생각. 하지만 갑자기 쉬게되는 거라 마무리할 게 많아서 이 주는 내내 12시간씩 앉아서 일함.
우스갯소리로 관절 갈아넣어 일하고 있다고 얘기함.
약 꾸준히 먹고, 반신욕, 찜질 성실히 이행함.
통증에 차도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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